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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인 이유 / 한경화

raphael9dec 2018. 1. 31. 11:32



내가 나인 이유 / 한경화

 

스쳐지나가는 책들중 잠시 자신을 멈추게 하는 글귀들이 있습니다.

그 글귀들은 자신의 감정 뿐만아니라 미래의 감성까지 자극하여 긍정적인 에너지를 부여하지요.

이번에 만난 책 내가 나인 이유는 한경화 님의 글 "단어에서 문장으로"를 접하고 입니다.

 

 

단어에서 문장으로

 

                    한경화

 

내 살아 온 흔적은 평범한 단어들의 행렬. 
크게 오자가 있었던 것도,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도 앖었어. 
단어 선택에서 조금의 오류가 있긴 했지만,
쉬지않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완성해 나갔지.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도 모른 채 잎으로만 내달았던 거야. 
단어들만의 조합, 평면적인 싦이었어. 
가끔 꿈틀거리는 문장에 머물기도 했지만,
더 이상의 미동은 없었지.

그런데 숨이 찬 거야. 
단순희 문장을 단어만으로 꾸며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던 거지. 
그 순간, 잠자고 있던 단어를 깨우는 존재를 발견한 거야. 
참문장에는 낯설게 보기, 쉬어가기, 사색하기  날개가 필요했던거야. 
살아 움직이는 문장, 입체적인 삶을 위한 그런 날개, 
나에게 문학은 그런 의미야

 

위처럼 한경화 작가는 주위의 정형화를 백지로 만드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더 설멍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p133 
쨍그랑

 투명한 유리에 맑고 깨끗한 빛이 스며있는 자태, 초록 귀를 가진 널 본 순간 무작정 가지고 싶었어. 백화점의 화려한 장식장에서 한껏 멋을 부리며 유혹하고 있는 많고 많은 컴 중에서 네가 가장 빛났지. 어쩌면 나의 눈에만 그 빛이 보였을 지고 몰라. 
 집으로 널 가지고 온 순간부터 온갖 약체와 물건은 너를 요구하는 것만 같았어. 넌 하찮은 것도 화려하게 변신시켜주는 마술사였지. 한동안 네 매력에 흠뻑 취했다가 너를 잠시 쉬게하고 싶어 장식장 한쪽을 비워 주었더니, 한껏 기지개를 켠후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살포시 넌 엎드려 자더구나. 열심히 맡은 일을 하고 난 뒤의 휴식이어서 일까. 그런 네 모습이 새침하면서도 편안해 보였어. 
 이런일이 반복되던 어느날, '쨍그랑' 하고 전신을 마지시키는 날카로운 소리ㅏ 내 귀를 때렸어. 두려운 마음에 후다닥 부엌으로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널 만지다 깨뜨렸던거야. 난 너의 아픔은 고사하고 네 파편으로 인해 나가 다 칠까봐 한껏 몸을 움츠려 산산조각이 아닌 두 조각으로의 분리만을 하고 있었어. 나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았니. 네거 있어 얼마나 행복하고 뿌듯했었는데, 부드럽고 유연하던 너의 몸매는 날카로운 비수를 연상시키는 흉물로 변해버려 내 마음을 갈거리 찢어 놓았단다. 널 내 곁에서 떠나보낼 수가 없어 며칠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었지. 
 안타깝지만 이제 날 잊고 또 다른 유리제품으로 변신하여 새 주인에게도 기쁨과 행복을 주길 바래.

 

작가의 삶에서 또한 여자로서 부인으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서서히 적어내려가고

그 틀에서 자신의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책 "내가 나인 이유"

작가의 삶부분에 많이 치우친 부분이 있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약간의 이질감을 떨쳐낼 수는 없지만,

중간중간 나와있는 재미있는 형상의 변화와 멋진 어구들이 매력적인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눈으로 빚어낸 멋진 글귀를 전해드리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p22 

 스위스의 융프라우든,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산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눈은 골고루 아름답게 내립니다.

타고난 개성으로 멋있게 쌓인 눈은 자신이 선택한 공간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어 자신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지만, 도시에 잘못 내린 눈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흉물스러운 존재로 변해 버립니다.

 인생도 눈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은 무엇으로 나누어도 나머지가 없습니다. 가치있는 삶이든, 이니든 몫만 존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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